[아나운서]
지난 22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점포 220여 곳이 전부 불에 탔습니다. 설 대목을 앞두고 평소보다 몇 배 많은 물건을 들여놨던 상인들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삶의 터전 앞에서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금채윤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사]
까맣게 타버려 뼈대만 남은 시장 안에서 합동감식반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지난 22일 밤 11시쯤 발생한 화재로 220여 곳이 불에 탄 충남 서천군 특화시장의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섭니다.
▶ 금채윤 기자 / CMB
화재로 앙상한 뼈대만 남은 시장의 모습입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시장 내부로 진입해 전기와 소화 설비를 살폈지만 아직까지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세 차례 진행된 합동감식에서 전선이 끊어진 흔적, 단락흔이 발견돼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밀 감정 등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건물 형식의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되어 있어 화재에 취약 환경에 노출 되었고, 짧은 시간에 대형 화재로 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수산동 상인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집처럼 드나든 점포가 다 타버려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습니다.
▶ 이영숙 / 피해 상인
바싹 탔어. 아무것도 없이 싹 탔어. 설 대목 쇨 거 많이 해 다 놨지. 문도 안 열어줬어. 몰라 다 탔나 어쨌나. 근데 없어. 새카매.
평생을 일궈 온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 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황망하기만 합니다.
▶ 김정희 / 피해 상인
여기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없어졌으니 말을 할 수가 없죠. 가슴이 아프고 집에서도 생각하면 밥도 못 먹고.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앉아서 한숨만 쉬고 있다가 눈물만 나고.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설 대목을 앞두고 평소보다 많은 물건을 쌓아둔 상인들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잇따른 주문 취소에 상인들의 상처는 더 커져만 갑니다.
▶ 김진수 / 피해 상인
그런데 설 명절인데. 대 명절이잖아요. 일 년 중에 제일 바쁠 때예요 저희는 여기가. 저는 특히 또 반건조 생선을 판매하다 보니까 제수용품 같은 것들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걸 지금 전혀 하나도 못쓰게 생겼어요. 건조장에 올라가 봤는데 건조장은 타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그을음으로 인해서 아무것도 생선을 쓸 수가 없더라고요. 그것도 다 예약해놨던 거거든요. 근데 택배 주문했던 분들이 전화하셔서는 "야, 생선 못 쓰겠다. 어떡하냐?" 이건 보내지 말라는 거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그게 더 속상한 거예요. "다시 준비할 수 있으면 준비해서 보내줘." 이러면 그게 저한테는 큰 도움이 될 텐데…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일반동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리모델링 후 입점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화재 보험을 들어놓지 않은 상인들이 많았습니다.
▶ 김자숙 / 피해 상인
일반동이 리모델링을 위해서 잠깐 나가서 컨테이너 박스로 주차장 쪽에 장사할 수 있게끔 상권을 마련해 줬거든요. 그렇게 했다가 리모델링 다 끝나고 들어왔거든요. 얼마 안 됐어요. 한 3~4년 되지 않았나 싶은데 지금 이 난리가 났거든요. 그래서 더 피해가 크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상인들은 설 대목 전이라도 영업을 할 수 있게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 박홍규 / 피해 상인
서천 특화시장에 적을 둔 것도 60여 년 됐습니다. 참 그간에 굉장히 어려움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애들도 키우고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데. 이번 일로 인해서 저보다도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요. 더더욱이나 이번에 대목 설이 있어요. 그래서 다들 어려운 가운데 물건을 적재해 놓고 대목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화재를) 당하고 보니까 더더욱이나 힘이 쭉 빠집니다. 그래서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대목에 우리가 열심히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그런 정부가 되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하루 아침에 잿더미가 된 점포에 막막하기만 한 상인들.
(영상취재 김지훈)
시장 한켠에 마련된 심리치료센터에는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CMB뉴스 금채윤입니다.